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장애인의 존재는 동정과 시혜, 돌봄이 필요한 의존적 존재로 호명되곤 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장애여성예술인이 공연을 만들어가는 건 어떤 경험일까. <뚜렛 히어로: 나의 입과 나>는 장애와 젠더가 교차된 장애여성이 경험한 사회적 차별에 대해 말한다. 주인공 제스는 뚜렛히어로 활동을 통해 소수자의 경험이 존중되는 예술을 한다. 장애를 비극적으로 묘사하거나 특정한 기준을 강요하는 사회에 특유의 유쾌함으로 저항하고 거부한다. 기존에 쉽게 상상되는 장애여성예술인의 이미지를 벗어나 사회가 어떻게 장애를 경험하게 하는지, 왜 장애인의 경험이 여성, 이주민 등 다른 소수자가 경험하는 분리와 배제와 연결되며 그렇기에 우리가 왜 연대해야 하는지를 동료들과 함께 찾아간다.
장애인의 ‘몸’은 길거리에서, 학교에서, 집에서 당사자가 원하지 않더라도 타인에 의해 규정되었던 경험이 많다. 장애인은 그들이 경험하는 삶의 조건, 사회적 위치, 일상적 경험들이 배제된, 분절적인 정체성으로 여겨지며 특정한 기준에 따라 살아가길 강요받는다. 그래서 내 존재를 증명하거나 ‘착한 장애인’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고 실패할 수 있는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나의 존재를 부정당하거나 혐오의 대상이 되는 세상에서 ‘장애인’으로 퉁 쳐지는 경험은 다양한 소수자의 경험과 교차되었다. 일상에서 보호받고 통제 당하며, 어린아이처럼 대해지는 경험은 청소년의 문제와 연결되어있다. 이런 사회에서 ‘장애’는 불쌍한 존재로 소비되며, 장애 극복을 신화화하는 소재로 그려져 왔다. 장애인에게 ‘예술’은 취약계층이 향유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용자적 권리’로서만 한정되곤 한다. 우리는 장애예술인을 비장애예술인과 동등한 창작자로서 대우하며 그들 작품 속 언어와 형상을 구체적인 방식으로 이해하며 상상해야 한다.
장애인배우가 공연을 하면 관객들은 “장애를 가진 몸으로 무대에 서다니 대단해요, 감동 받았어요.”라는 반응으로 이어진다. ‘비정상’이라고 규정된 (휘고, 뻗치고, 가느다란) 장애여성의 몸은 무대 위에 당당히 오를 수 있는 주체로 상상될수 있을까. 이는 내가 주도권을 갖고 비장애인 동료와 공적관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질문과도 연결된다. 장애인이 대상화되지 않고 존중받을 수 있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치열한 소통과 조율이 필요하다.. 일상과 활동이 분리되지 않고 삶 전반에서 이러한 소통과 조율의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료와 친밀함만이 아닌 어떤 긴장을 갖고 다양한 방식, 대안들을 만들어갈지 고민과 갈등이 반복되는 일이다.
우리에겐 문화예술운동이 필요하다. ‘장애’를 연기한다는 건 손상된 상태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 뿐만이 아니다. 내 몸을 통해 소수자의 삶을 해석하고 체현 할 때 그 의미가 확장된다. 나는 나의 장애극복 서사를 통해 희망적 주인공이 되거나 피해자의 위치에서 차별의 심각성을 고발하는 이미지로 소비되는 것을 경계한다. 소수자들의 경험을 통해 서로의 차이를 인식하는 것은 중요하다. 일상 속 차별의 경험이 극의 주요한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발달장애 여성배우가 대사를 외우기 위해서 수없이 쓰는 것을 반복하고, 자신에게 맞는 대사를 찾아 바꾸며 공연을 준비하는 등, 새로운 시도들이 필요하다. 발장장애 여성배우로서 공연을 위해 대사를 외우고, 훈련하는 것은 주류의 예술에서 말하는 전문성, 정상성에 균열을 내는 일이다. 나는 무대와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발화하고, 서로의 삶에 개입하며 지지하는 방식을 통해 계속해서 연대할 수 있는 동료들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참고 문헌_이진희(2019), 『장애여성 문화예술 활동의 정치성』, 인권연구
진성선(장애여성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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