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는 풍부한 석유와 아프리카에서 최대 인구(약 8천만명)를 가진 나라이다. 하지만 군사 쿠데타와 소 수 민족의 자결권 투쟁으로 점철된 얼룩진 역사를 가졌다.
현재 집권하고 있는 아바차 군사 정부는 93년 6월 민간으로의 권력 이양 분기점이던 대통령 선거에서 민간인 출신인 석유 재벌 모슈이드 아비올라가 당선되자, 당시 바방기다 군사 정부가 이를 무효화하는 틈을 타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잡았다.
95년 11월 10일 교수형이 집행된 켄사로 위와(당시 54세)는 약 2백50개의 종족중 하나인 오고니족의 생존권을 위해 투쟁한 작가이자 환경 운동가였다.
오고니족은 나이지리아 남동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약 55만 명의 인구로 구성되어있다. 오고니족 거주 지역은 다국적 석유 회사들이 지난 37년간 9백억 달러 어치가 넘는 원유를 채굴해 가면서 환경이 완전히 파괴된 곳이었다. 하지만 역대 군사 정권들은 재정수입의 80%를 차지할 만큼 석유가 바로 ‘돈줄’이었던 까닭에 과잉 개발을 못 본 체하며 방치해왔다.
켄 사로위와와 그의 동료들은 다국적 석유 회사에게 막대한 수입의 일부를 환경 보호 분담금으로 내놓을 것과 환경 복구를 위해 선주민들에게 수익을 분배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현 정권에 대항하는 오고니족의 자결권을 요구하는 투쟁을 전개해왔다. 하지만 94년에 있었던 반군부 독재 집회에서 켄 사로위와의 정치 라이벌 4명이 피살되자 군사 정권은 그에게 살인을 교사했다는 혐의로 잡아들였으며 사형을 선고했다.
감옥에 수감된 그는 94년 스웨덴으로부터 ‘얼터너티브 노벨상’을 받았고 95년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골드만 환경 재단으로부터 골드만 환경상 수상자로 발표되었다.
켄 사로위와의 사형이 집행된 뒤 전 세계의 시민들이 사형 집행에 항의하는 집회를 개최했으며 미국, 영국 등은 대사를 소환하고 군수품 판매를 중단하는 등 강력한 항의표시를 했다. 또한 한국의 환경·인권 운동 단체들은 나이지리아 대사관에서 항의 집회를 개최하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여전히 아바차 군사 정권은 집권을 계속하고 있으며 쉘(SHELL)과 영국석유(BP) 등 다국적 석유 회사들은 나이지리아 군사 독재 정권과 결탁하여 인권 억압, 환경 파괴를 자행하고 있다.
<엄주현/인권운동사랑방 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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