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은 구시대적 인권 침해의 산물이 아니라 현재도 세계 곳곳에서 또아리를 틀고 있는 현상이다. 합법적인 ‘수사’와 ‘고문’사이에 뚜렷한 구분선이 없기 때문에 고문의 문화는 한 사회에서 얼마든지 쉽게 자라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적 통제와 가정·학교에서의 가혹한 훈육이 당연시되는 문화적 전통을 가진 사회에서는 번창할 수 있다. 그런 분위기에서는 경찰서와 감옥에서의 잔인성과 가혹 행위가 문제제기 없이 받아들여지기 쉽기 때문이다.
구타와 불로 지지는 고문, 전기 고문이 가장 보편적인 고문 형태로 남아 있을 뿐더러, 자취가 안남는다는 이유로 잠안재우기나 고통스런 자세를 장시간 취하게 하는 고문 등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1995년 1월 유엔 고문방지조약의 당사국이 된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도 안기부와 수사 기관의 변호사·가족 접견 금지, 잠 ?안 재우기, 집단 구타 등의 관행이 계속 되고 있다. 소위 인권 선진국들도 예외는 아니다. 오스트리아·독일·프랑스 등에서는 비유럽인이나 인종적 소수자, 망명처를 구하는 난민들에 대한 경찰의 가혹 행위, 부당한 총격과 살상 행위가 경적을 울리고 있다. 영국은 전기 충격 곤봉과 다리 족쇄의 수출로 자국 인권 단체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미국은 경찰의 과다 폭력으로 매년 시당국이 수백만 달러의 배상금을 피해자에게 물어주고 있으나, 책임자가 형사 처벌된 예는 드물다.
어떤 예가 되었든간에 고문은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를 비인간화시키는 행위이다. 고문피해자는 이렇게 울부짖는다.
“그짓(고문)을 받아들일 때 내 존재의 깊은 곳에서부터 수치심을 느꼈다. 나는 내 존엄성을 지키고 싶었다.”
<인권운동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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