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위해>는 십대 레즈비언 커플의 연애 이야기입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이 커플의 연애담은 아주 달달하지만 애달프고 슬프기까지 합니다. 십대라고 해서, 레즈비언이라고 해서 연애를 별다르게 하는 건 아닌데도 말이죠. 그저 둘이서 눈 마주치고 손 꼭 붙잡고 둘만 아는 시답잖은 이야기나 하루 종일 종알종알 지저귀면 그게 연애지 별 게 있겠습니까. 이 커플도 이렇게 달달한 연애를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커플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공간인 학교의 친구들이 이들의 연애를 알아챕니다. 이때부터 이 커플에게 학교는 동성애혐오성 괴롭힘을 직면하면서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텨나가야 하는 치열한 공간이 돼버립니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는 이 커플과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는 십대 내담자들을 종종 마주합니다. 이들의 고민 속에서 성적 지향과 성별정체성 이슈에 대해 학교가 우호적인 공간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늘 목격해왔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겪은 것처럼 폭언, 폭행, 따돌림 등 또래 친구들의 동성애혐오성 괴롭힘, 이러한 괴롭힘을 방관하거나 조장하는 교사, 학생인권조례에서조차 필사적으로 사수해내야 하는 ‘성적 지향’이라는 차별금지사유 등 반인권적인 무수한 사례들을 우리는 슬프게도 쌓아 왔습니다. 2013년 4월 30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유네스코가 펴낸 <(가제)동성애혐오성 괴롭힘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교육정책(원제: Education Sector Responses to Homophobic Bullying)>이라는 책의 한국어 번역판을 교사, 행정가, 정책입안자, 학부모, 학생, 시민단체, 그리고 교육에 몸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이 메시지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안전해야 마땅할 학교나 교육기관 등에서조차도, 학생들과 교사들이 동성애혐오로 인한 폭력과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청소년들은 자유롭고 평등하며, 온전한 존엄성과 권리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이며, 보호와 존중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강조하였습니다. <너를 위해>는 십대들이 직접 자신들의 손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을 영화의 만듦새를 따라가다 보면, 영화를 보는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어떠한 노력들을 해야 하는지 고민의 싹을 틔울 수 있을 것입니다. 십대라는 이유로 자기결정권을 무시당하지 않도록,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혐오와 차별을 겪는 일이 없도록, 십대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긍정하고 두텁게 고민하면서 자긍심을 길러 나갈 수 있도록, 그러니까 영화 속 주인공들이 자신들의 연애를 달달하게 이어나갈 수 있게 말입니다. 권선의 (한국레즈비언상담소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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