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해설: 나는 오류입니까: 칠드런404

인권해설

2013년 6월 11일 러시아에서는 ‘비전통적 성적 관계의 선전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이른바 ‘LGBT 선전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은 표면적으로 아동의 보호를 내세우고 있으며 성소수자를 명시해 두고 있지는 않지만 실질적으로 성소수자를 탄압하기 위한 법률이다. 이 법안의 통과는 애초에 성소수자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던 러시아 국민들의 여론을 등에 업고 만장일치로 이루어졌으며 그 영향으로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하는 혐오범죄는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되었다.

러시아의 한 혐오범죄 집단은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유인한 뒤 끔찍한 고문을 가하고 심지어 이러한 장면을 녹화한 동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반인권적인 범죄를 저지른 조직에 대한 처벌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많은 성소수자 인권운동가들이 기소되고 처벌받고 있다. 이 영화에 출연한 Elena Klimova 역시 청소년 성소수자를 응원하는 프로젝트인 ‘Children 404’를 이유로 재판을 받았다.

‘러시아 LGBT 네트워크’가 2013년 러시아 내 성소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최소 1회 이상 신체적인 폭력을 당한 비율은 15.4%에 달했으며, 2회 이상 신체적인 폭력을 당한 사람은 3.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적인 폭력을 포
함하면 50%가 넘는다. 러시아 내 성소수자들에 대한 호모포비아들의 혐오 표현과 위협은 영화 속에서도 여러 번 등장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러시아의 성소수자들이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은 큰 위험을 감수하는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Children 404라는 온라인 공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선언하는 사진을 올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45명의 청소년들이 자신의 실제 목소리를 담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페이지를 찾을 수 없다는 오류 메시지를 차용한 프로젝트의 이름을 통해 역설적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다. 내가 여기 있다고, 나는 오류가 아니라고.

이인섭(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13인권해설

댓글

타인을 비방하거나 혐오가 담긴 글은 예고 없이 삭제합니다.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