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해설: 게리와 루이스

인권해설

1994년 5월 10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대통령 넬슨 만델라가 취임식을 가졌다. 342년에 걸친 소수 백인통치와 46년간 유지돼온 인종차별정책에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 만델라 정권은 백인정권이 저지른 인종차별정책 및 인권유린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1995년 ‘진실과 화해위원회’를 발족시킨다. 진실과 화해위원회는 1998년 7월까지 2년여간에 걸쳐 무려 160회의 청문회와 2만1천여 명의 증언을 토대로 백인정권 시절 자행된 고문과 처형, 살인과 성폭행 등 잔혹한 인권탄압의 실상을 하나하나 파헤쳐 나갔다. 그 과정에서 피터 보타 전 대통령을 법정에 세우기도 했으며, 흑인살상용 박테리아 개발계획을 밝혀내기도 했다.

그리고 1998년 10월 29일 진실과 화해위원회는 그 동안의 활동을 정리한 총 5권, 3천5백여 쪽에 달하는 ‘인권보고서’를 공개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진실과 화해위원회의 활동을 통해 백인정권의 잔혹한 인권유린 실상이 폭로되었지만, 한편으론 이같은 범죄행위를 처벌할 수 없는 현실로 인해 흑백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도 했다. 이는 당초부터 진실과 화해위원회가 ‘흑백간의 화해’를 도모한다는 목적 아래 ‘보복 없는 과거청산’을 내세웠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

남아공의 과거청산 작업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동양의 만델라라 불린 김대중 씨가 대통령으로 취임하고, 50년 만의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하지만 의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의 처절한 울림은 계속되고 있고, 군사정권 아래 고문·투옥된 양심수들이 여전히 감옥에 남아있다. 우리에게도 ‘과거청산’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이창조/인권운동사랑방 인권하루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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