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양갈보’, ‘양공주’라 불렸던 여자들이 있다. 그녀들은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영화는 한 때 미군기지 근처의 유흥가였던, 그러나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동한 후 쇠락한 경기 북부의 공간들을 담는다.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그 화려함을 잃어버린 곳, 더 이상 할 것도 볼 것도 없는 동네. 카메라는 느린 속도로 이 공간의 공기를 담아낸다. 사람들의 지루하고 무료한 일상, 생기를 잃어버린 버려진 공간들, 한참을 바라봐도 인적이 드문 휑한 골목길…
이 공간들은 철거를 앞두고 있다. 그 중 한 곳인 의정부 뺏벌 지역은 주민들에 의해 보상금관련 집회가 열려서 이슈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관련된 기사에는 중장년 남성 모모 씨들의 목소리만 가득하다. 이 공간에서 살아왔을 여자들의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다. 이 영화에는 그 공간에서 일하고 살아남았으며 지금도 살고 있는 여자들 세 명의 삶이 담겨있다.
이 영화에는 주인공들의 서사가 많이 담겨있지는 않다. 어떻게 이곳으로 유입되었고,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와 같이 우리가 기대하는 이야기들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대신 이 공간을 견디며 지루하고 지난하게 살아가는 무게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 와중에 툭툭 화면을 흔들며 세 주인공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영화에서 한 주인공이 말했다. 이곳에서 많은 여성들이 ‘개미처럼 일하고 거미처럼 사라져갔다’고. 아마도 주인공은 늘 숨을 죽이며 살다가 도망치듯 사라져야 했던 여성들을 보며, 빛이 아닌 어둠을 찾아 스스스- 사라지는 거미를 떠올렸을 것이다. 철거가 진행되고 개발이 완료되면, 또 한 무리의 여성들이 거미처럼 이곳에서 사라져 갈 것이다. 용산, 영등포, 춘천의 난초촌 등의 성매매 집결지들이 도시개발계획에 의해 사라질 때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영화를 통해 이 여성들은 각자의 이름과 역사가 있는 존재로서 자신의 삶을 드러냈다. 스물여섯 번의 낙태 얘기를 담담히 토해내는 분식집 주인 바비 엄마로,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기 위해 긴 여행을 떠났던 안성자 씨로, 그림 그리는 욕쟁이 언니 인순 씨로… 색깔 있는 존재로 우리의 삶에 들어왔다. 이들은 더 이상 거미가 아니다.
송이송(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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