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해설: 가장 값싼 군인을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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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주로 애국심, 국익, 종교, 이데올로기를 내세운다. 사람들은 김정은이나 조지 부시 같은 통제할 수 없는 정치 지도자들이 돌발적인 행동으로 전쟁을 일으킨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대의 많은 전쟁들, 전쟁에 준하는 군사적인 갈등은 한 가지의 목적 때문에 일어난다. 전쟁이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다. 전쟁수혜자(War Profiteer). 전쟁으로 이익을 얻는 개인이나 기업, 집단을 일컫는 단어다. 이들은 끊임없이 전쟁을 기획하고,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전쟁을 수행한다. 이들은 전쟁을 준비하고, 전쟁을 실행하고, 전후 복구를 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죽음의 상인”이라고 부른다.

이들이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기업적인 형태로 전쟁 돈벌이에 나선 건 20세기에 들어서다. 19세기 후반부터 활동한 바질 자하로프는 조지 버나드 쇼의 『바버라 소령』에 나오는 무기상 앤드루 언더샤프트의 모델이다. 그는 어머니가 태어난 나라 그리스에 잠수함을 팔면서 자신은 먼저 애국심 있는 그리스인이고 그 다음에 무기상인이라고 했다. 자하로프가 그리스에 잠수함을 팔고 난 뒤 한 일은 그리스의 적대국인 터키에 그리스가 잠수함 두 대를 구입한 사실을 알린 일이었다. 이 죽음의 상인들은 살인무기를 사고파는 것에 아무런 정치적 책임감이나 양심의 가책이 없다. 또 한 명의 전설적인 죽음의 상인 메르틴스는 이렇게 말했다. “메렉스가 판매한 무기를 사들인 이들이 저지른 행동에 대해선,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에 대해 사고 차량을 판매한 자동차 영업 사원이 짊어져야 할 정도만 책임이 있을 뿐이다.”

이들의 활약상은 점점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과거 전쟁의 주체는 국가였다. 죽음의 상인들은 록히드마틴, BAE, 한화처럼 살인 무기를 만드는 군수산업체가 생산하는 무기를 각국의 국방 담당자에게 판매하는 역할이 주된 일이었다. 하지만 전쟁의 양상이 변해가면서 전쟁수혜자들의 활동범위도 점차 넓어졌다. 무기 거래에 그치지 않고 군사훈련을 시켜주거나, 전쟁 시 군인들의 생활을 보조하는 물자를 생산하고 운반하거나, 전후 사회 기반 시설을 복구하는 일, 심지어 군인이 되어 실제 전쟁을 수행하기까지 한다. <가장 값싼 군인을 삽니다>에 등장하는 이지스, 블랙워터 같은 기업들이 새로운 영역에서 전쟁 장사를 하는 치들이다.

이러한 민간군사기업들은 특히나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인권 문제가 대두되는 곳에서 맹활약을 한다. 각국 정부는 자국 의회의 승인을 피하기 위해, 국제 사회에서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비싼 금액을 지급하면서까지 이런 민간군사기업들을 이용한다. 이들이 수행하는 전쟁은 과거 정부의 정규군들이 수행하는 전쟁보다 더 잔혹하고 심각한 피해를 유발한다.

한국에도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이러한 기업들이 등장할 징후가 농후하다. SJM 노동조합 조합원들에게 끔찍한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사회적으로 유명해졌던 용역업체 컨택터스의 홈페이지에는 당시 군대에 버금가는 장비들이 게시되어 있었다. 이런 회사들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가는지, 우리는 관심 있게 지켜보며 감시해야 한다.

한국은 이미 세계 10위권의 국방비를 지출하는 나라다. 전쟁으로 이득을 챙기는 이들에게 좋은 시장이며, 한국에 기반을 둔 군수산업체들도 세계 곳곳으로 활발히 전쟁 무기를 수출하고 있다. 우리는 이들을 감시하고, 이들의 존재를 폭로하고, 이들의 활동을 막아야 한다.

우리 다 같이 외치자. “여기서 전쟁이 시작된다. 여기서 전쟁을 멈추자!”

용석 (전쟁없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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