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해설:<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

인권해설

봄에서 가을까지는, 연탄 난방을 하는 숙소에 화장실이 없어서, 매일 새벽 주위의 눈을 피해 휴지와 삽을 챙겨 들고, 자신의 일터인 비닐하우스 뒤편 우묵한 땅을 찾아가 대변을 후다닥 누고 삽으로 재빨리 그 자리를 흙으로 덮어야 하는, 한 달에 28.3일을 노동하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날씨가 추워져 더 이상 야외에서 용변 보는 게 불가능해진 노동자는 비자 박탈의 위험을 무릅쓰고 그 농장을 탈출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50년 전의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 시대의 농업 여성 이주노동자의 이야기입니다. 그분들의 숙소는 주로 야채 재배 시설 하우스에 인접한 ‘농막’으로, 고용주가 가설한 가설물들입니다. ‘사람’뿐 아니라, 각종 농약과 비료, 농약 희석시설, 각종 농기구와 자재들이 그들의 숙소에 함께 있습니다.

 

이 농막을 사용하는 것은 결코 무상이 아닙니다. 경기도 ‘이천/여주/양평/포천/남양주/광주/용인/인천’ 등 농지가 있는 모든 곳에서 약 1만5천여 명의 농업 이주노동자가 이같은 ’주택이 아닌 곳’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이곳의 노동자들은 비닐하우스 숙소에 거주하는 대가로 1인당 약 2시간분의 무상노동을 그들의 고용주들에게 빼앗기고 있습니다.

 

2013년경부터 이주노동자들과 이주인권단체들은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라며 캠페인을 벌이고, 농업 이주노동자의 독점적 중매 알선책임자인 한국노동부에, 근로계약의 책임 중매자로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책임 있는 주거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그런데 여론의 비난에 몰린 노동부가 취한 조치는, ‘이주노동자들이 사람으로서 거주할 수 있는 집다운 집’을 찾기 위한 노력이 아니었습니다. 노동부는 오히려 이주노동자의 고용주들이 이와 같은 불법 가설물을 농경지 근처에 임의로 설치하고 이주노동자에게 임대하여 임금에서 빼먹는 일을 아예 합법화시켰습니다. 2017년에 노동부에서 만든 ‘외국인 근로자 숙식 정보 제공 및 비용징수 업무지침’이 그것인데, 이 지침은 고용주들이 이주노동자들 전체 숙소의 80%에 해당하는 ‘그 밖의 임시주거시설’(이라 읽지만 불법가설물인 곳)을 임의로 운영하고, 이를 통해 이주노동자들의 월 통상임금의 13%를 징수하는 것을 공인해 준 것입니다.

 

모두 같이 “노동자는 짐승이 아니다. 그리고 비닐하우스는 사람의 집이 아니다!”라고 외쳐야 하겠습니다.

 

김이찬(지구인의정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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