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수술을 하러 간 뒤 시체로 발견된 잔디라. 그녀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이야기하는 사람만큼이나 다양하다. 낙태를 금지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거리집회 참여자부터, 낙태의 책임은 사회에 있다고 말하는 인권활동가, 낙태는 살인이라고 외치는 복음주의 기독교 의원들까지.
브라질의 복음주의 기독교 의원들은 낙태를 택한 여성 모두를 살인자로 몰아가며, 낙태 합법화를 외치는 자들은 살인을 부추기는 자들이라고 비난한다. 이런 시선 속에서 낙태를 결정한 여성들은 태아를 죽였다는 죄책감을 벗어날 수 없다. 부정한 짓을 저질렀다는 비난도 여성이 감내해야 할 몫이다. 임신은 여성 혼자 할 수 없는데도, 낙태에 대한 책임만큼은 오롯이 여성에게 지워진다.
이에 여성, 성소수자, 이주민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분노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현재 전 세계 혐오범죄 1위는 브라질이라고. 그리고 외친다. 소수자를 차별하는 이 사회에 맞서 우리는 투쟁할 것이라고. 브라질의 해결책은 국회가 아닌 거리에서 나올 것이라고. 이 외침은 브라질에서만 맴돌지 않는다. 지금 여기, 우리가 서 있는 땅 위에서도 울려 퍼지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존재를 나중으로 미루지 않는 세상을 위해 계속해서 맞서 싸울 것이다. 어느 누구도 그 누구의 존재를 줄 세울 수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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