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프로그램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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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세월>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예은 아빠’ 유경근이 또 다른 유족들을 만난다. 이들은 세월호를, 대구 지하철 화재를,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화재를 겪었다. 그 ‘사건’들을 통과했다. 무심하고도 잔인한 사실은, 상실로 인해 일상이 송두리째 흔들려도 삶은 나아간다는 것이다. 세월은 흐른다.

그 속에서 어떤 사람들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싸우는 사람’이 된다. 차마 과거에 기억을 던져둘 수 없으므로. 내가 겪은 사건이 누구에게도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되므로. 이들은 세상의 무관심과 싸우고, 사회의 불합리와 싸운다. 마땅히 ‘국가의 몫’인 일들을, 이들은 묵묵히 해낸다. 그것이 ‘떠난 이’들이 ‘남겨진 이’들에게 내준 숙제이므로.

그런데 세월호를 겪은 유경근은 왜 이한열의 어머니 배은심‘도’ 만날까? ‘공동체’의 변화를 요청하는 어떤 ‘사건’들을 몸소 겪고 ‘싸움’의 선봉에 서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들은 닮았다. 누군가 “싸워본 사람들만이 싸우는 사람들의 심정을 안다”고 했던가. 이들 역시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으리라. 그런 점에서 배은심 역시 유경근의 ‘선배’다.

이들은 그래서, 만나서 무엇을 하나? 역사를 새로 쓴다. 익명으로 남을 수도 있었을 수많은 주인공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일은, 그리하여 그 기억과 기록을 서로 잇는 일은, 역사를 새로 쓰는 일이다. 그 숙제를 하면서, 이들은 ‘새로운 미래’로 갈 것이다. 그 여정에 기꺼이 당신을 초대한다.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영화별 상영 시간표

  • 2022년 09월 24일 19:00
18프로그램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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