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렇게나 간절하게 영화제를 마칠 수 있기를 염원했던 적이 없습니다. 작년 12월 13일부터 지난 4월 6일까지 서울인권영화제는 역대 최장기간 온라인 영화제를 개최하였습니다. 무려 4달에 걸친 영화제였습니다. 이름하야 <퇴진까지 계속하는 인권영화제>. 당시 대통령이었던 윤석열의 파면을 촉구하며 광장의 시민과 공명하고자 시작하였습니다. 불온한 몸으로 기꺼이 얽히는 우리의 이야기를, 수많은 별빛이 만들어낸 광장의 이야기를 상영하였습니다.
<퇴진까지 계속하는 인권영화제> 12.3 비상계엄으로 모두가 혼란한 상황에서 서울인권영화제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질문하며 기획되었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는 국가의 통제와 자본주의의 횡포, ‘정상성’ 사회에 대항하는 투쟁의 전선을 드러내며 연대 지형을 만들어왔습니다. 그날 밤, 위헌과 위법, 계엄에 맞서 나온 사람은 누구의 얼굴을 하고 있었나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나와 동료와 가족과 친구를, 우리의 이웃을 지키기 위해 광장으로 쏟아져 나온 사람은 누구였나요. 광장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니며, 지금까지 광장을 지켜 온 싸움들이 있고, 그 광장에는 다양한 몸이 함께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윤석열 퇴진, 그리고 그 너머의 평등과 다양성의 시대를 향해 카메라를 드는 미디어활동가의 기록으로 우리의 시간과 공간을 말하고자 했습니다.
<퇴진까지 함께하는 영화제>는 서울인권영화제의 재정 위기에도 불구하고, 인권재단 사람의 인권활동 119기금 지원 덕분에 무사히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상영작은 지난 26회 영화제 <그래도 너의 곁에서 함께 싸울게>의 상영작 위주로 초기에 편성했습니다. 상영을 요청하고픈 인권영화는 너무나도 많았지만, 긴급하고 경황이 없어 다 초대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하지만 이 다음 거리와 광장에서, 일일 상영회와 온라인 상영회에서 인권영화와 시민이 연결될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또한 이 자리를 빌어 흔쾌히 <퇴진까지 계속하는 인권영화제>와 함께 해주신 영상/ 영화인께 다시 한 번 감사와 연대의 마음을 전합니다.
전 대통령 윤석열의 불법계엄령으로 상처입은 2024년 12월 3일 밤,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거리로 뛰쳐나간 수많은 시민 덕분에 무사히 계엄령을 해제할 수 있었습니다. 칼바람이 불던 도심 한복판에서 힘을 합쳐 빛을 쏘아올린 덕분에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수 있었습니다. 남태령에서, 혜화에서, 광화문에서 만난 수많은 여성과 성소수자와 노동자와 농민 덕분에, 장애인과 이주민과 성노동자와 ‘정상성’에 불화하는 몸 덕분에 우리는 거대한 위기를 넘어설 수 있었습니다. 광장에서 울려퍼지던 무지갯빛 외침과 투쟁의 몸짓, 일상적이지만 담대한 시민의 이야기를 기억합니다. 그런 우리가 모여 4월 4일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시켰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시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시민 여러분.
이에, <퇴진까지 계속하는 인권영화제>는 막을 내립니다. 총 115일 동안 진행되었으며 그동안 7천 여명의 시민이 영화제에 방문했습니다. 19편의 인권영화를 상영했고 700명 가까운 시민 관객이 영화를 봐주셨습니다.
계속해서 서울인권영화제는 혐오와 차별 없는 사회를 위해, 전쟁 없는 세계를 위해, 누구도 남겨두지 않는 세상을 위해 투쟁하고 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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