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0일,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집회 및 행진 후속 모임 <기억의 숨결> 상영회가 있었습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사무실에 30여 명의 관객모였습니다. 이야기나눔 시간에는 이야기손님으로 비온뒤무지개재단 이승현 대표, 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의 캔디 활동가가 함께 성소수자의 노년을 상상하고 그리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소하의 상영회 후기를 나눕니다.
11월 20일. 행성인의 새 사무실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집회 및 행진 후속모임으로 기획단과 서울인권영화제가 함께 준비한 <기억의 숨결> 상영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트랜스젠더 여성 노인의 이야기를 보기위해서 많은 분들이 이렇게 관심을 가져다 주시다니, 트랜스젠더 여성으로써 감동적이었어요.
저에게 11월 20일은 특별한 날입니다. TDoR(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이자 제가 트랜지션을 시작한 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2의 생일로 생각하고 스스로를 축하하곤 해요.
트랜스젠더로 정체화한 지 어느덧 4년이 되어가네요. 트랜스젠더로 정체화한 뒤의 삶은 고됐습니다. 보이지 않는 사회의 장벽에 많이 울었어요. 그래도 트랜스젠더로 정체화한 것 자체에는 후회는 없었어요. 제가 원하는 삶에 한 발짝이라도 더 다가섰으니까요. 하지만 여전히 앞날은 막막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늙어갈지를 생각하면요.
<기억의 숨결>은 트랜스젠더 여성 노인의 삶을 담담히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 주인공 루시의 다사다난했던 삶의 여정을 들려주면서도 현재에 씩씩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 씩씩한 모습이 매우 놀랍게 느껴졌어요. 제가 상상하는 노인의 이미지는 무기력하고 권태에 찌들어 있는 모습이었거든요. 루시의 곁에는 많은 친구들이 있는 것도 흥미로웠어요. 노인이 되어서도 서로 돌볼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두고 있는 것이 축복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루시가 씩씩하게 살아가는 원동력이 아니겠냔 생각도 들었고요. 영화가 끝난 뒤엔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 캔디님, 비온뒤무지개재단 이사장 승현님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침 캔디님도 그런 얘기를 했었어요. 서로 돌볼 수 있도록 친구를 만들자고. 그 말에 너무나도 동의했어요. 그런 친구를 한 명이라도 만들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게 잘 안되는 거 같아서 매우 슬프기도 했습니다.
승현님이 말씀해주신 장례식에 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았어요. 우리가 죽으면 장례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죽음 이후에 처리해야 할 일들은 어떻게해야할까요. 우리는 서로 돌볼 수 있는 커뮤니티가 절실하게 필요하단 걸 다시 느끼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자신의 노년기를 어떻게 상상하고 계시는가요?
서울인권영화제 자원활동가 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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