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은 알고 있다〉, 그리고 별빛을 잇는 우리들

소식

때로는 잊을 수 없는 날이 덜컥, 생겨버리고는 합니다. 기쁘고 반가운 날이라면 좋겠지만 무섭고 아픈 날인 경우가 더 많지요. 10월 29일 역시 그렇습니다. 늦은 밤, 집에서 친구와 맥주를 두어 캔 정도 마셨을 때 재난문자를 받았습니다. 이태원이 혼잡하니 돌아가라고 하더군요. 그러다 사망자 발생, 몇 명, 실종자 발생, 몇 명. 뉴스를 틀었습니다. 친구들의 안부를 확인했습니다. SNS를 돌아다니다가 울다가 했습니다. 밤이 참 길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났습니다.

밤은 여전히 깁니다.

사진1. 다큐멘터리 〈별은 알고 있다〉 서울 상영회의 포스터. 보라색 바탕에 이태원 참사 합동 분향소와 그를 찾은 사람들의 모습. 하늘에는 별 모양 조명이 걸려있다.
사진1. 다큐멘터리 〈별은 알고 있다〉 서울 상영회의 포스터. 보라색 바탕에 이태원 참사 합동 분향소와 그를 찾은 사람들의 모습. 하늘에는 별 모양 조명이 걸려있다.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다큐멘터리 〈별은 알고 있다〉는 1029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미디어팀에서 1주기를 기점으로 제작한 영화입니다. 참사는 하룻밤으로 끝나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화는 당시 현장의 상황부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유가족의 증언과 함께 잇습니다.

저는 어쩌다보니 〈별은 알고 있다〉를 세 번 보게 되었어요. 작품을 어떻게 상영하고 관객들과 어떻게 이야기하며 활동과 이어나갈 것인지 논의하는 상영위원회에 함께하면서 처음 보게 되었고, 첫 번째 순회상영이자 인천인권영화제 폐막상영이기도 했던 11월 19일 상영에서 두 번째로 보았습니다. 이때 416합창단이 함께 영화를 보고 폐막 공연을 진행했는데, 10년 전 우리는 하지 못했던 것을 지금은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울음을 꾹꾹 눌러 말하던 단장님의 얼굴이 잊히지 않습니다. 

바람과는 달리 사회적 재난과 참사가 반복됩니다. 반성 없이, 책임 없이, 생명에 대한 존중 없이, 진실을 왜곡하고 혐오와 낙인을 다시금 생산하면서요. 

11월 21일 화요일 저녁, 인디스페이스에서 10.29 이태원참사 1주기 다큐멘터리 〈별은 알고 있다〉의 두 번째 순회상영회가 있었습니다. 객석을 꽉 채운 150여 명의 관객과 함께 영화를 보고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활동가 랄라의 진행으로 유가족협의회의 박영수님(이남훈 희생자 어머니), 유정님(유연주 희생자 언니), 미디어팀 정가원 팀장(활동명 빼갈)이 참사 이후 1년간의 이야기를 나눠주셨습니다.

사진2. 서울상영회 관객과의 대화 모습. 객석에 앉은 관객들을 바라보고 이야기손님들이 말을 잇고 있다.
사진2. 서울상영회 관객과의 대화 모습. 객석에 앉은 관객들을 바라보고 이야기손님들이 말을 잇고 있다.

10.29 이태원참사는 막을 수 있었던 참사, 159개의 세계가 아무런 준비 없이 일순간 사라진 참사, 진실과 책임 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참사, 생명과 안전은 뒷전인 사회에서 또 다시 발생한 사회적 참사, 그럼에도 혐오와 낙인의 말이 이어지는 아픔을 드러낸 참사입니다. 유정님은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태원 참사가 안전사회 대한민국의 시작과 끝이었으면 좋겠어요. 이태원 참사를 시작으로 대한민국이 안전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고, 이태원 참사를 끝으로 이제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이렇게 예측 가능한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저만의 어떤 목표, 또 가족들과의 목표가 있고요.” 박영수님은 유가족이 “잊지 않고 책임자 처벌해가면서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이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더 이상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수 있도록, 그런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가장 위로받아야 할 참사 희생자의 유가족, 생존자들이 앞장서 투사가 되는 일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아직 너무나도 부족하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안전사회의 토대, 그리고 이를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힘껏 받쳐올리는 존엄은 이들이 만들어낸 것이겠지요. 앞으로는 덧없는 죽음과 아픔이 없도록 같이 힘을 모아 특별법 제정, 그리고 이후 진상규명과 일상회복까지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대책회의 미디어팀 팀장이기도 한 빼갈님의 이야기도 계속해서 곱씹게 됩니다. “한편으로는 현장에 가면 안전한 카메라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 거예요. (…) 서로 핸드폰을 들고 칼싸움하듯이 라이브 방송을 하는 모습들이 아, 그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을 한 축으로는 되게 많이 하게 됐던 것 같아요.” 유튜브 등 새로운 매체가 넘쳐나고 손에 들린 핸드폰이 곧 카메라가 되면서 세상 곳곳을 비추는 시선이 정말 많아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디어팀의 활동가들은 어떤 시선으로 이태원 참사와 그 이후를 담아낼 것인지 더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입니다. 앞으로 미디어팀에서 담아낼 이야기, 각각의 카메라를 든 이들이 담아낼 장면들도 기다리게 됩니다.

다시 겨울이 되었습니다.

당분간 밤은 길겠지요, 더 길어지겠지요.

겨우내 〈별은 알고 있다〉는 앞으로 각 지역에서 순회상영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공동체상영 신청도 가능하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사진3. ‘특별법을 제정하라’, ‘재발방지대책 마련하라’가 적힌 피켓과 휴대전화 플래시를 든 관객들 단체사진.
사진3. ‘특별법을 제정하라’, ‘재발방지대책 마련하라’가 적힌 피켓과 휴대전화 플래시를 든 관객들 단체사진.

 

서울인권영화제 상임활동가 고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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