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해설: 언론의 자유를 팝니다

인권해설

‘나이키의 노동자 착취를 취재하던 방송사가 보도를 포기하고 기자들에게 나이키 로고가 선명한 점퍼를 입혀 방송에 내보낸다. CIA가 니카라과 반군을 지원하며 반군의 코카인 밀수에도 개입한 사실을 지역 언론 기자가 특종 보도하지만 유력 언론들은 근거 없다고 몰아붙이며 사실상 CIA의 대변인 역할을 한다. TWA 800 여객기 추락 참사가 미군 미사일 오발 때문인지 규명해 줄 중요한 증거를 입수한 언론사가 검증을 포기하고 FBI에 증거를 반납한 채 정부 발표를 충실히 보도한다.’ <언론의 자유를 팝니다>에 등장하는 미국 언론의 맨얼굴이다. 영화에서 미국의 언론자유는 지평선 너머로 곧 사라져 버릴 그림자처럼 위태로운 처지에 비유된다. 영화는 언론의 기업화에서 미국 언론의 비극을 찾아낸다. 언론의 기업화는 기업이 권력자들에게 거액의 정치자금을 후원하고 권력자들은 그 대가로 기업이 언론을 소유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 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영화 앞부분에 등장하는 미국의 언론자유는 독립과 노예제 폐지를 이뤄 낸 동력이었고 미국이 건국 과정에서 획득한 자유의 근간이었다. 이 때문에 건국 초기 미국 정부는 막대한 언론 지원 정책으로 언론자유를 꽃피우기도 하였다고 영화는 말한다. 그러나 영화는 이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미국 언론의 현실을 비춘다. 특히 1980년대 레이건 집권기와 2000년대 부시 집권기의 사례들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이때에 이르러 언론을 매개로 한 돈과 권력의 결탁이 최고조에 이르렀음으로 강조하는 편집이다. 이 영화의 소재는 비록 미국의 언론 현실이지만 90분 내내 전혀 낯설지 않았다. 나이키를 삼성으로 바꾸고, CIA의 코카인 밀수 개입을 국정원의 대선 개입으로 바꾸고, TWA 800 여객기 추락 참사를 천안함 사건으로 바꾸면 영락없이 우리 얘기가 된다. 이라크 전쟁의 조작된 명분에 동조하고 부도덕한 전쟁의 참상에 눈감은 미국 언론은 그 자체로 한국 언론이었다. 영화는 또한 미국을 미디어 기업의 나라로 규정하며 이러한 미국의 현실이 우리의 머지않은 미래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는 미디어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거짓 선전으로 족벌언론에 종편 특혜를 안기고 재벌에까지 방송의 길을 열어 주지 않았던가. 거대한 미디어 재벌이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는 미디어 제국, ‘대한미(Media)국’은 이미 건설 중이다. 막아야 한다. 노종면 (YTN 해직기자) YTN에서 기자로, 돌발영상PD로, 앵커로 일하다 2008년 해직되었다. 이후 트위터 1인 미디어 ‘용가리통뼈뉴스’를 운영하고, ‘뉴스타파’ 제작에도 참여했다.

13인권해설

댓글

타인을 비방하거나 혐오가 담긴 글은 예고 없이 삭제합니다.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