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은 우리의 것

인권해설

“우리는 계속 농촌이 망가지는 걸 봐요. 독이며 온 데 퍼져있는 약품, 이제 마토 그로소에서 평등을 추구한다는 건 농업 개혁을 추구하는 거예요. 왜냐하면 땅이 권력의 원천이니까요. 이게 우리가 농업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에요.” (영화 <무토지>중 무토지 운동 활동가의 말)

이탈리아 철학자 프랑코 베라르디(Franco Berardi)는 뉴욕에서 시작된 오큐파이 운동이 실패한 원인을 분석하면서 “이제 더 이상 권력은 ‘장소’가 아니고 금융시장을 지배하는 ‘숫자와 기호’에 있으며 물리적 공간을 점거하는 오큐파이 형태의 시위는 끝났다”고 말한다. 줄리안 어산지(Julian Paul Assange)처럼 권력자들이 구축한 정보를 해킹할 수 있는 자들이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이다 (Franco “Bifo” Berardi, 2012, 2011). 이 주장은 금융시장이 삶과 정치를 지배하는 금융 자본주의 사회에서 충분한 설득력을 가지며, 우리를 뉴욕에서 시작한 오큐파이 운동이 왜 실패했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그러나 여전히 토지는 실질적인 권력의 장소이다. 그 장소는 소수에 의해 지배되고 있으며, 이윤을 위해 소수에게 지배된 토지는 황폐해져 가거나 비어 있다 (Park, 2017).

한 줌에 지나지 않는 이익을 위해 우리의 공통(the commons) 공간은 끊임없이 사유화되고 절단되었다. 물, 공기, 숲, 하늘 등은 모두에게 속하는 동시 누구의 소유도 아닌 공통재이지만 (물론 이 영역들도 끊임없이 사유화, 민영화되고 있다) 유독 토지는 공통재가 아니라 사유재산으로 편입되면서 불평등을 재생산 해왔다. 금융전문가들도 다 이해하지 못하는 복잡한 금융 시스템의 시대에서도 여전히 토지는 최고의 이윤을 남기는 수단이며, 토지를 가진 자는 곧 권력을 가진 자이다. 때문에 토지를 모두의 공간으로 만드는 것은 허망한 것이 아니라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자 평등하고 지속 가능한 삶을 만들기 위한 기본적 요구이다.

더군다나 농지는 음식을 생산하는 장소이다. 브라질의 무토지 운동은 단순히 땅에 대한 평등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땅을 살리기 위해 유기농 작물을 재배하고 자연이 건강하게 순환하기를 꿈꾸고 실천한다. 그래서 무토지 운동은 토지 평등에 대한 운동이자, 단종 재배와 유전자 조작, 농약사용을 거부하며 유기농 작물을 길러내는 생명운동이다.

영화 <무토지>는 이들의 철학과 정치뿐만 아니라 삶의 태도를 보여준다. 이들의 점거 운동을 보며 4대 강 공사로 땅을 잃어버린 두물머리 농부들, 핵발전소와 송전탑 때문에 삶의 터전을 잃은 밀양의 주민들, 영주댐으로 터전을 잃은 원앙새와 왕버들. 그리고 삶의 생태계에서 밀려난 청계천 기술자들과 구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점거 운동은 어렵다. 영화에서 나오듯 이것은 “주말 캠프”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스스로 텐트를 세우고, 자신이 기른 채소를 먹고, 근처에서 나오는 물을 마시고, 씻으며 직접 화장실을 세운다. 전기도 수도도 없는 곳에서 점거 운동을 해본 사람들은 이 과정이 얼마나 치열한지 안다.

<무토지>에 나온 주민들은 악에 받쳐 보이지 않았고 초조해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커피를 끓여 나누고, 서로를 지지하고, 토론하고, 논의한다. 평면 스크린이지만 그들이 쌓아온 신뢰가 느껴졌다. 이 모습이야말로 무토지 운동의 유산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작물이라고는 농약으로 기른 유전자 조작 사탕수수가 전부인 산타 엘레나 거리를 행진하며 “농약 없는 건강한 음식을 자녀에게 먹이는 꿈을!”이라고 외친다. 버려진 대지에서 직접 키운 유기농 채소를 시민들에게 나눠준다. 그들은 노래한다. “우리의 첫 번째 일은 점거, 일할 수 있는 빈 땅이 우리가 원하는 전부. 농민과 노동자가 뭉쳤네. 우리의 두 번째 일은 저항. 저항하고 유지하기 위해 조직하는 일. 농지개혁만이 있을 것! 농민과 노동자가 뭉쳤네. 사기꾼들아, 우리 땅을 돌려줘”. 이들이 함께 웃을 수 있는 힘, 600가구 이상이 같은 대지 위에서 함께 점거 운동을 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기원한 것일까?

새로 취임한 브라질 대통령은 무토지 운동가들과 도시 운동가들을 탄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땅을 오로지 투자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한국 사회에서 이들처럼 땅을 자유롭게 하고 삶을 자유롭게 하는 상상을 감히 할 수 있을까?

은선(리슨투더시티)*

<참고문헌>
– Franco “Bifo” Berardi, 2012. The Uprising: On Poetry and Finance. Semiotext(e).
– Franco “Bifo” Berardi, 2011. After the Future. AK Press.
– Park, E., 2017. SKILLS OF OCCUPATION AND TECHNE OF SQUATTING: SIT-IN PROTESTS IN SOUTH KOREA SINCE 2009 18.

* 리슨투더시티의 대표를 맡고 있고, 내성천의 친구들,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에서 활동 중이다. 땅이 왜 폭력의 근원이 되었는지 궁금해서 리슨투더시티 활동을 시작했고 벌써 11년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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