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나. 우리가 광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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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30일,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7일에 걸친 청와대 앞 농성을 마쳤다. “성역 없는 진상규명”. 이번 농성에서도 가족들의 요구는 똑같았다. 촛불의 힘으로 정권을 바꾼 지 3년이 지났지만 “진상규명”이란 단어는 뉴스에서 사라졌고, 세월호 참사 피해자 유가족은 여전히 청와대 앞에 서있다. 세상은 변하지 않은 것 같다. “기억하고 행동하겠습니다”. 광장에서 함께 약속했다. 겨울의 추위도 이겨낸 약속이었다. 따뜻한 봄을 되찾겠다는 굳은 다짐이었다.

하지만 겨울이 가고 봄이 오길 몇 차례. 광화문 광장을 지키던 노란 리본은 광장 밖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우리는 기억한다. 광장을 채우던 백만 개의 촛불을. 며칠 전 거리에서 마주쳤던 노란 리본을. 4월이 되면 잊지 않고 ‘세월호’를 말하는 사람들을. 그렇기에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라는 외침은 여전히 유효하다. 노란 리본 곁을 지키던 사람들은 여전히 거리에 있다. 근무하는 학교에서 매해 학생들과 416기억행사를 열던 선생님은 5년 만에 처음으로 동료 교사와 함께 행사를 준비했다. 세월호 유가족을 위해 뜨거운 물과 라면을 준비했던 카페 사장님은 오늘도 노란 리본을 붙인 빵을 판매한다. 애써 뉴스를 피하고 수능을 준비하던 고3 학생은 지금 대학교에서 기록관리학을 공부하고 있다. 이렇게 오늘도 사람들은 약속을 지키기 위한 하루를 시작한다.

세월호 광장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이곳저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잊지 않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광장은 사라지지 않는다. 기억은 또 다른 기억을 불러내어 세월호 광장으로 사람들을 불러낸다. 코로나19로 인해 서로를 경계해야 하고 사람이 사람 곁에 다가갈 수 없는 요즘, 광장은 사라진 것 같다. 사람이 없는 공터는 ‘광장’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뒤집어 말하면 사람이 있는 곳은 언제든 ‘광장’이 될 수 있다. 서로의 온기를, 그 연결을 잊지 않는 한 우리의 광장은 다시 가능하다. 당신, 나. 우리가 광장이다.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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